2009년 8월 25일 화요일

떨리는 첫 데이트의 추억..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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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첫 데이트의 추억.. 中

 

 

  토요일 아침이 밝고 드디어 나영이를 만나는 날이다.

  항상 이런 날은 잠은 늦게 자도 아침엔 빨리 일어나게 된다. 약속시간이 3시 30분이니까.... 한참 남았다.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기다리며 TV, 컴퓨터 등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2시부터 씻고 머리 만지고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하며 나름 나를 꾸미고 있었다. 또, 할 이야기거리가 없어서 이야기가 중간에 끊어지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인터넷 이곳저곳 유머게시판, 연예인, 드라마등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것등을 탐독하고 연구하고 외우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시정도가 되었을 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지지이이이이잉ㅇㅇ .. 난 당연히 스팸문자일 줄 알고 그냥 놔뒀는데.. 계속 울렸다.

지이이이잉..    가서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이었다.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딱 받았는데 나영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몽아, 나 나영이.. 지금 유치원 견학 끝났는데 나 3시 30분까지 할 거 없어~.”

“응.. 그래서?”

(난 참 답답하고 무뚝뚝하다.)

“그러니까 좀 빨리와 집에서 서울극장까지 얼마나 걸려?”

“30분정도?”

“나도 지금 여기서 서울극장까지 30분정도 걸리니까. 빨리와 응~!.. 그리고 나 핸드폰 정액제라 요금이 다 떨어져서 연락 문자 밖에 안돼. 와서 나한테 전화해.”

“알았어.”

 

시계를 보니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내가 12시부터 준비를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 일이 날 뻔했다. 난 부랴부랴 옷을 챙겨 종로3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후.. 어떡하냐.. 만나면 뭐하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되지.. 밥은 뭘 먹어..’ 걱정거리가 한 가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와 단 둘이 처음 만나는 거니까...

 

 

 

 

종로 3가에 도착해서 나영이한테 문자를 보냈다.

 

[어디야?]

[표 끊는데.]

 

서울 극장을 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표 끊는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극장 내에도 있고 밖에도 있고.. 난 바깥쪽에서 나영이를 찾고 있었다.. 다른 매표소에 가도 나영이가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해서 전화를 했다.

“나 매표소인데 너 없어. 도대체 어디야?”

“바깥쪽 매표소”

 

그랬다. 바깥쪽 매표소에서 찾아봤는데 없자 난 안쪽 매표소로 들어갔고 그 사이 나영이는 바깥쪽으로 나온 것이다. 서울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2개라 이런 일도 발생하는 구나 싶었다. 하지만 나영이하고 나는 이 날 엇갈린 것처럼 계속 엇갈릴 운명이었나보다.

 

나영이와 만났다. 난 지금까지 이렇게 예쁜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죄송.) 초록색 원피스에 구두, 긴생머리를 가진 나영이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가슴이 콩닥콩닥 요동을 친다.

 

“야, 너 왜 이렇게 차려입고 나왔냐?”

“유치원 견학 간 곳이 Y대자나.. ㅋㅋㅋ. 남자들한테 잘 보이려고.”

“아.......”

 

내가 아니라는 말에 약간 실망을 하긴 했지만 뭐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지금 나랑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런데 문제는 약속 시간보다 무려 1시간정도 일찍 만나서 마땅히 할 게 없었다. 영화 시간은 4시 10분.. 무려 1시간 반 이상이나 남았다. 뭐하지... 뭐하지... 머릿속에서 생각이 오가던 중 내 코 끝으로 달콤한 팝콘 냄새가 스쳐지나갔다.

 

“우리 팝콘 먹자.”

“그래.”

 

팝콘을 사러 매점에 갔다. 팝콘만 먹기 좀 그래서 콜라도 같이 샀는데 점원이 물어봤었다.

 

“콜라 어떤 걸로 드려요?

“네???????”

 

난 극장에 가면 팝콘과 콜라를 안 사먹는 스타일이라 이 날 처음 사먹어본 것이다. 아후...

정말 그 동안 뭐했는가 싶었다.

 

다행히 나영이가

“콜라 하나에 빨대 2개 주세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콜라 하나 빨대 2개.. 하지만 숙맥이었던 나는.. 콜라를 둘이서 남녀가 하나를 먹는다는게 이상하고 낯 부끄럽고 그랬다.

 

서울 극장 밖에 앉아서 콜라와 팝콘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대화가 잘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나영이가 유치원 견학을 갔다온 이야기부터 학교 이야기등 많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잘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구나. 라는 맞장구만 쳐주었다. 그 때 당시까지만 해도 난 나영이보다 무대인사 오는 문근영에게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라곤 ‘문근영 보고 싶다.’ 이게 전부였다.

 

  영화 상영시간이 다가와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예매한 자리를 확인하고 자리를 찾으러 갔는데.. 이게 웬일 커플석이다. 지금의 CGV나 롯데시네마등 멀티플렉스극장들은 의자와 의자사이 손을 올려 놓는 곳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지만 서울 극장은 그런 의자시설이 아니다. 처음부터 중간 거치대가 없다.  의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더 뛰었다. 중간에 가로 막는 공간이 없네..

 

 또 배우 무대인사를 오는 시간이라 그런지 서울극장의 양 옆에 있는 카메라가 관객들의 얼굴 모습등을 비춰 스크린에 관객들의 얼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설마... 저게 우리를 비추겠어.. 아무 사이도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크린에 나하고 나영이의 얼굴이 나왔다. 연인사이라면 참 기분 좋고 아무렇지 않겠지만 여자와 처음 데이트를 하는 나로서는 나영이와 아무 사이도 아닌 나에게는 정말 낯부끄러운 일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나영이의 반대편 쪽에 고개를 푹 숙이고 그저 화면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 방금 화면 봤어?”

“응.... 뭐야 저거... 왜 하필.. 아후.. 극장에 우리가 아는 사람 있으면 어떡하지?”

“그러게.. 뭐 없겠지.. ㅋㅋㅋ”

 

 

  이러한 대화가 오간 후 안내 방송이 나오더니 조금지나자 문근영이 나타난 것이었다. 난 나영이가 가지고 온 카메라를 가지고 잽싸게 앞으로 뛰어나갔다. 후다다다닥 다른사람들에 밀려 문근영을 멀리서 볼 수 없다는 투철한 프로기자의 정신을 가지고 무대 맨 앞으로 가서 문근영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아~~악 문근영이다.’

그리고나서 자리에 돌아온 나를 나영이는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문근영이 그렇게 좋냐?”

“응.. 내 이상형이 문근영이야.. 귀엽고 .. 깜찍하고.. 착하고....”

 

줄줄줄줄 문근영 칭찬만 수없이 나열해놓았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여자 앞에서 다른 여자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할 지라도 다른 여자 이야기하는건 정말.. 연애소설, 연애방법등을 조금이나마 읽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고 댄서의 순정을 보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에도 정말 슬쩍슬쩍 나영이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참.. 문근영보다 예쁘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가 끝나고 이제 저녁이 되어 밥을 먹으러 가야할 시간이었다. 종로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였다.

 

“에몽아, 우리 밥 뭐 먹을거야?”

“칼국수”

 

나영이의 얼굴에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칼국수라니.. 첫 데이트 때 피해야할 음식의 1순위로 꼽히는 국수였다.

 

“나영아, 칼국수 싫어해?.. 명동교자 갈건데.. 거기 엄청맛있어..”

“아니.. 싫어하는건 아닌데.. 명동까지 가야대?”

 

이 날 구두를 신고 온 나영이는 오전부터 계속 걸었다며 다리가 아프다고 하고 있었다.

 

“명동까지 걸어가야지.. 아.. 다리 아프다고 했지?.. 그럼 우리 버스타고 가자.. 아니 택시타고 가자..”

“그냥 걸어가자.”

 

난 센스도 감각도 배려도 전혀 없었다. 버스를 타고 갈지 택시를 탈지 주저주저하고 있었고 다리가 아프다는 나영이에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종로에서 명동으로 걸어가면서 나영이는 쉼없이 다리 아프다고 투덜투덜 거렸다. 그래도 같이 걷는 다는 것이 참으로 좋았었다. 광교를 지나 을지로 입구에 다다랐다. 명동이다. 그런데 난 지금도 그렇지만 명동만 가면 그 길이 그 길 같다. 그래도 내가 가자고 했으니까 당당히 길을 인도하고 안내를 했는데.. 망할.... 길을 잃었다. 그래도 난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나영이가 눈치를 채버렸다.

 

“에몽아, 너 길 모르지?”

“응...아...그게 내가 길치라서... 길을 잘... 음.....”

“아~ 됐어....”

“아냐.. 금방 찾아..걱정하지마..”

 

 

  이리저리 골목을 쑤시고 다니다가 드디어 발견했다. ‘명동 교자’ 역시나 주말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였다. 사람이 많으니까 한 편으로 마음이 놓였다. 칼국수라고 해서 싫어했었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유명한 맛집인 줄 알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몽아, 여기 유명한가 보다.”

당당한 표정으로

“응!”

뿌듯했다.

 

  우리의 입장 순서가 오고 자리에 앉아서 칼국수 하나 만두 하나 시켰다. 원래 칼국수 하나 혼자서 먹는 나이지만 이 날 만큼은 꾹 참았다. 너무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명동교자에서 간과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명동교자의 김치는 고춧가루가 팍팍 들어가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국수를 먹으면서 만두를 먹으면서 김치를 먹다가 이에 고춧가루라도 끼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칼국수와 만두를 먹으며 식사를 마친 후.. 이제 집에 보내야할 시간이다. 지금 같았으면 무언가 더 해서 같이 있는 시간을 연장했겠지만 그 때 당시에는 영화보고 밥이 전부였다. 명동교자를 나와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다.

 

“에몽아,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먹어. 너가 나 하나 사주면 되겠네. ㅋㅋㅋ”

“됐다. 그냥 집에 가자.”

 

난 돈이 굳었다라는 생각만 했지 나영이의 실망하는 마음은 안중에 없었다. 정말...이지 연애 센스라고는 빵점자리 남자였다.

 

명동 백화점 쪽에서 버스를 타는 나영이는 지하도를 건너 가야했고 난 지하도를 건너지 않아도 됐었다. 그래서 난 지하도 앞에서

 

“잘가~”

라고 했는데.. 나영이의 표정이 뭔가 아닌 것 같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나 저기까지 데려다줘~으~~응~~”

난 별 생각이 없었는데.. 뒤에 나오는 나영이의 콧소리 애교에 녹아들어 지하도를 건너고 있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려주고 나영이를 집에 보냈다.

 

그리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난 또 고민을 했다. 잘 갔냐고 전화를 해야되나 라는 어이없는 고민을... 그래도 드라마에서 보면 매너 있는 남자들은 해주길래 나도 나영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영이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난 내 의도와는 다른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오늘 문근영 찍은 사진 빠른 시일내로 나한테 보내. 알았지?”

“응...그게 다야?”

“응.. 아! 잘 들어가.”

 

뚝뚝.. 전화가 끊어졌다.

 

이렇게 나의 첫 데이트는 끝이 났다.. 아휴 한심한 놈..

 

ps. 나가 시기전! 손가락 좀 꾸~욱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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