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4일 월요일

떨리는 첫 데이트의 추억.. 上

  남중, 남고를 나와 아는 여자라곤 하나도 없었던 내가 대학이라는 곳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3월 입학식을 치르고 동아리에 가입해 재밌게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가입한 동아리는 봉사동아리로 주말마다 재활시설에 가서 청소, 가사일등을 도우며 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모든 이성간의 만남이 그렇듯, 자주 얼굴을 보이고 인사를 하다보면 마음이 오가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 같다.

 

 

 

  집에서 인터넷을 하면서 무슨 영화가 재밌을까 찾아보고 있었다. TV에서 문근영이 출연하는 <댄서의 순정>을 마구마구 홍보하고 있었던 때였다. 나는 <댄서의 순정>이나 볼까하는 마음에 서울극장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4월 30일 토요일 문근영의 무대인사가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때 한창 국민여동생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문근영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아!. 그런데 나는 같이 갈 여자가 없었다. 남자끼리 극장에 가는 것도 고등학교 때나 일이지 대학에 입학한 나로서는 남자와 극장에 가는 것이 선 뜻 꺼려졌다.

 

이 때, 머릿속에 스치듯이 한 명이 지나갔다. 바로, 나영이었다. 나영이와 내가 재활시설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댄서의 순정>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에몽아, 댄서의 순정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응”

 

“4월이고 봄이고 한데 영화도 보고 피크닉도 가고싶다. 나 데려가줘~”

 

“어...어............응...”

 

 

  대학에 들어와서 여자와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보았던 쑥맥이었던 나에게 영화를 보여달라고 피크닉을 데려가 달라는 말은 설레임 그 자체였다.

 

문근영의 무대인사를 보고 싶었던 나는.....

남자가 아닌 여자와 함께 영화를 보고 싶었던 나는..

봉사를 하면서 나영이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런데 숫기라곤 전혀없는 내가 나영이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하려고 하니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냥 나영이는 지나가면서 한 말일거야’

‘괜히 영화보러가자고 했다가 사이가 멀어지면 어떻게 해..’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그 때 당시 순수하고 아직 여자와 단 둘이 만난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당연한 고민이었다. 또한 동아리 내에서 예쁜 축에 속하는 나영이와 영화를 단 둘이 보러가자고 한다면 동아리내의 최대 관심사가 되는 건 당연지사였다.

‘여자하고 영화 한 편 보러가는게 이렇게 어려운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난 몇몇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야. 나영이하고 영화보러 가자고 하면 보러갈까?”

 

“병x, 그냥 보러가자고해.”

 

“안된다고 하면 어떡해.”

 

“아후, 그러니까 너가 트리플 A형이야.”

 

맞다.. 난 엄청 소심했다. 하지만 여자들과의 만남이 자유로운 내 친구는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동아리실에 내려갔는데 나영이가 있었다. 나영이가 나를 보자마자..

 

“ 에몽아, 나 댄서의 순정.”

이러는 것이었다. 그런데 멍청하게 난

 

“ 나 돈 없어.”

라는 바보 같은 대답을 해 버린 것이었다.

 

‘아~후, 바보 천치.’

스스로가 한심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버스에 올라타서 한참을 생각했다.

‘문자를 보낼까..아니야..’

이런 고민이 오간 후 나는 결심을 했다. 문자를 보내기로..

 

[나영아, 주말에 뭐해? 영화보러갈래?]

이렇게 문자를 보내고 난 핸드폰을 두 손으로 꽉 쥐고 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답이 안온다..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도.. 좋아하는 이성에게 문자를 보낸 후

답이 오는걸 기다리는 건 정말 어렸을 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어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인 것 같다.

 

지지이이이잉~~~~

핸드폰이 울렸다. 답장이 온 것이다.

[주말?.....유치원 견학있는데..]

 

 

  유아교육과였던 나영이가 주말에 유치원 견학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무슨 이 말도 안되는 말인가.. 난 얼마나 고심 끝에 문자를 보냈었는데...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 해서든지 꼭 같이 봐야겠다라는 마음이 속에서 부글부글 타올랐다..

그래서 또 문자를 보냈다.

 

떨리는 첫 데이트의 추억 中

 

ps. 다음 이야기가 잘 쓰라고 손가락 꾸~욱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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